2020년 4월 27일 월요일

시장을 내버려둬라! Zeit Online

FDP의원이 쓴 글인데 위기 국면에 대해 우익 진영에서 쓴 글도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옮겨봤다.
독일 자유민주당(FDP)는 독일을위한대안에 비하면 큰 존재감은 없는 것 같다. 기민당보다는 덜 보수적이고 사민당보다는 많이 보수적인 정당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시장을 내버려둬라! Lasst den Markt in Frieden! 번역

판데믹 상황에서 자본주의 비판은 유행처럼 되고 있으나 완전히 틀렸다. 자유주의 체계만이 위기에서 벗어날 기회를 줄 수 있다. 자유민주당(FDP)Johannes VogelKonstantin Kuhle의 특별기고.
https://www.zeit.de/wirtschaft/2020-04/soziale-marktwirtschaft-kapitalismusdebatte-corona-krise
 


Zeit Online에서 지난 몇 주 동안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자본주의의 실패를 인식하려 하는 의견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구적 위기에 대해 말하면서 판데믹이 시장경제와 세계화의 필연적 실패를 알리는 핵심 근거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명제는 틀렸으며 근거도 없다. 지적으로 불충분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정치적으로 도움도 안 된다.
 
트럼프만이 아니라
 
판데믹 때문에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우리는 완벽한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유감스러워 할 따름이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우리 세계의 광범한 파멸만을 몰고 온다고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해봤자 나아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적개심을 고취하는 데 감염병을 이용하는 사람은 트럼프만이 아니다. 독일에서도 구 이데올로기적 슬로건과 고정관념이 부상하고 있으며 특히 시장경제에 대한 것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 얘기만 하면 격려와 칭찬을 받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골몰하는 대신 이런 새로운 적대의 이미지에 자양분을 제공하는 데 그친다면 그것은 퇴행이자 책임감으로부터의 위험한 도피일 뿐이다.
 
물론 시장법칙이 코로나 판데믹의 사회적 제문제의 해답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주장을 한 사람이 누가 있는가? 당연히 국가는 질병과 싸워야 하고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규모 경제적 구제가 이루어져야 하며 의료부문의 국내 제조를 조정해야 하며 단기계약직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안정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으로 독일이 다행히도 시장경제 국가이며 코로나 위기 이후에도 그러할 것이라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직장에서는 기계들과 컴퓨터들이 꺼져 있고 국제 시장과 국경은 닫혀 있다. “경제는 자영업자, 프리랜서, 문화예술 종사자들의 실존적 곤궁을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의 상황에도 혁신, 창조, 최적화의 기회가 드러난다. 이것들은 경쟁과 성장의 기본 요소이며, 이를테면 이것들로써 공장들이 마스크 제조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배달업이 시도되고 서비스업이 인터넷을 통해 제공된다. 즉 오직 자유 시장주의 체계에서만 기회들을 찾을 수 있고 사회가 그 자신을 극복하고 더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독일에서 미국의 의료 체계를 원하는 정치 세력은 없다
 
미국에서 의료보험에의 접근이 지극히 제한적인 것과 실직자가 수직적으로 치솟는 것은 시장과 자본주의의 심각한 왜곡이라 할 수 있다. 독일 정치인 중 미국의 의료 체계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독일의 의료 체계는 결코 예산이 부족해서 문제를 겪는 일이 없다. 유럽에서 노르웨이를 제외하고 독일보다 공공의료에 예산을 많이 할애하는 나라는 없다. 의료 체계를 완전히 국유화한 영국조차 독일보다 덜 쓴다.
 
물론 여전히 해야 할 일은 많다. 절박한 코로나 국면의 현장들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이들에게 더 나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이 받는 박수갈채만으로는 물건을 살 수 없다. 바로 이것 때문에 면세 가능한 상여금이 있는 것이다. 이들의 임금과 복지 자체가 영구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지만 이것은 강한 경제를 전제로 해야 한다. 의료인들의 임금인상을 바란다면 경제성장도 바라야 한다. 바로 이 때문에 독일연방공화국이 시장경제국가이자 복지국가인 것이다.
 
우리 사회의 시장경제는 포식자들의 사냥터가 아니다.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단기계약노동 관련 예산은 연방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독일의 이와 같은 복지국가와 시스템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회의를 갖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섀도복싱을 하는 것이다. 다음 세대들이 추가적인 연금 혜택의 비용을 어떻게 지불할 수 있으며, 혹은 고용보험 적립금이 기부금으로써 단기노동자들의 혜택을 일정하게 증가시킬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FDP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만 복지국가는 소멸되지 않을 수 있다. 위기는 재정건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드러낸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이 국가를 이 정도나마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성장의 종언을 동경하는 것은 코로나로 인해 당신의 사업이 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 때만 공감할 수 있다. 이를 바라는 사람은 기본을 무시하는 사람이다. 위기가 발생하고 며칠 안 되어서 경제학자들은 정부 개입이 장기적으로는 결코 시장경제 역학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 예견했다. 독일의 매 0.1%의 경제성장은 국가 수익의 원천이 되는 일자리와 직결되어 있다. 지난 수년간의 세금과 사회적 이윤이 국가의 코로나 위기에 대한 역사적으로 전례 없는 대응을 가능케 한 것이다. 그리고 내일의 성장은 내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재원이 될 것이다 헌법의 보호를 받는 사유재산의 침해나 기업들에 지우는 부담이 아니라.
 
지구적 맥락에서도, 시장경제에 대한 비난들이 견강부회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이보다 더 낮은 유아사망률, 낮은 비율의 빈곤층, 더 높은 교육 지수, 깨끗한 물에의 접근권, 높은 백신 접종률은 없었다. 한스 로슬링, 스티븐 핑커와 같은 작가들은 끊임없이 이러한 통계들을 지적하고 있다. 유사 이래로 세계화는 가장 거대한 빈곤 극복 프로그램이다. 또한, 다행히도 백신 개발을 위한 기업들 간의 지구적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지구적 시장 연결망과 노동분업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제기의 모든 시도는 처음부터 부정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은 비상시에 대비한 보호재를 충분히 비축할 수 있는 자체적 감염병 대비 계획을 진지하게 구상해야 한다.
 
세계 경제와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커다란 과제에 직면해 있다. 성장, 교육, 부에 대한 접근권을 더 많은 사람에게 넓히기 위해 디지털화가 창출하는 기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에서부터 산업의 가치사슬에 환경보호 요인을 추가하는 것까지. 우리는 이 명제들에 대한 최선의 개념을 획득하는 투쟁을 해야 한다. 다만 배제, 불황, 낭만적 운명론이 투쟁에 기여할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시장경제 체계에서 활동하는 창조적이고 기업가적인 정신을 보유한 사람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전까지 위기 상황들에서 늘 그러했듯이.

2020년 4월 20일 월요일

위기 상황에서 권위주의가 성장한다 Zeit Online의 Wilhelm Heitmeyer 인터뷰

백수라서 할 일 없어서 독일어 기사나 한번 옮겨볼까 하다가 코로나 정국에 대해 이야기한 한 사회학자의 인터뷰가 보여서 해봤다. 독일어는 처음 해보는데 너무 어렵고 긴 거 해버렸다. 번역기를 적극 활용했다. 그럼에도 도대체 뭔 말인지 모르겠는 부분이 몇 개 있었다.
위기가 기회라며 과하게 설레발치는 사람들에 찬물을 끼얹는다.




"In der Krise wächst das Autoritäre“ 2020.4.13 위기 상황에서 권위주의가 성장한다

 

빌헬름 하이트마이어는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학자 중 하나다. 그는 1996년에서 2013년까지 빌레펠트 대학에서 갈등과 폭력에 관한 학제간 연구소의 초대 소장이었다. 그의 지도 아래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연간 독일 상황이라는 학술서가 발행되었고 주로 유대인, 무슬림, 유색인종, 동성애자, 노숙자 등에 대한 차별을 연구한 것이다. 그는 집단적 적대의 개념을 정리하였고 대중에게 그에 관련한 중요한 인식틀을 제공했다.
 
Zeit Online(이하 Z): 하이트마이어 선생, 어떻게 지내시는지.
 
빌헬름 하이트마이어(이하 H): 집에 있다. 연구소의 모든 사람들이 집에 있다. 학교식당이든 카페든 모두 폐쇄되었다. 기껏해야 우편물 수령하러 외출하는 게 전부다.
 
Z: 전혀 즐거워보이지는 않는다.
 
H: 그렇게 보일 뿐이다. 나는 특권을 누리는 편이다. 빌레펠트 교외에 정원이 있는 집에 살고 있으니 그나마 잘 견디고 있는 것.
 
Z: 많이들 얘기하기를 이번 위기가 모든 사회집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다.
 
H: 사회학적 측면에서 위기는 두 가지 특징으로 나타나는데 첫째로 정상적인 일상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둘째로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의 조건들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통제력의 상당한 손실을 야기할 것이다.
 
Z: 모두 코로나에 해당되는 얘기인 듯.
 
H: 그렇다. 코로나는 특히 유별난 위기이며 사회 계급을 가리지 않는다. 코로나 이전에 9.11, 하르츠 법안, 금융위기, 난민 유입 등 굵직한 일들이 있었지만 모두 특정한 사회적 환경 안에서만 불안으로 작용했고 그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은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현재 판데믹에 대한 대처에 있어서 계급의 차이가 없을 수는 없다. 우리는 숲에 있는 집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현실을 살고 있다. 이를테면 베를린의 마르찬 지구나 쾰른의 쇼르바일러 지구에 좁은 집에 거주하는 애가 셋인 가정의 사람들의 삶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사회 격차로 인한 차이는 매우 크다.
 
Z: 코로나 이후 시대는 어떨 것이라 예상하는가?
 
H: 코로나바이러스는 사회 불평등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한편으로 정신적인 손실이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 자체가 야기한 손실이 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풀린 뒤에 비로소 나타나는 손실이 있을 것이다. 또한 엄청난 불경기와 광범위한 실직이 뒤따를 것이다. 사회분열과 국가적 위상의 추락, 통제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Z: 우리가 적응해야 할 변화가 있다면?
 
H: 우리는 현재까지 여전히 극복 방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종래의 연구들로는 일부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비관적인 측면에서 보면 정치에 대한 불신이나 기득권층에 대한 제 요구가 다음과 같은 슬로건으로 분출할 것이다. 우리가 먼저다! “독일 먼저라는 말이 도처에서 나오기까지 멀지 않았다. 독일을위한대안정당의 비요른 회케는 이미 오래전에 절제된 무자비함으로써 대규모의 이민자 방출을 실시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없이 현행 유지 기조에 맹목적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음모론자들이 말해왔던 것과 같은 사회계층을 가로지르는 부채의 이동이 있을 것이다.
 
어떠한 환상이 현실화되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Z: 그러한 때가 곧 도래할 거라 생각하는가?
 
H: 통제력 손실과 음모론의 소구력은 어쨌건 연결되어 있다. 오늘날 통제력 상실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물어야 할 것은 이거다. 바이러스는 보이지 않는데, 책임은 어떤 집단에 지우게 될 것인가? 어떠한 환상이 현실화되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극우주의 집단 안에서는 이미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Z: 그럼에도 고무적인 일은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노약자들을 돕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 않은가.
 
H: 그것도 바이러스에 대한 가능한 대처 방법 중 하나이긴 하다. 더 중요하게는 이것은 새로운 유형의 사회적 연대의 가능성 혹은 불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Z: 당신의 예상은?
 
H: 오버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오늘날처럼 경제 시간이 멈춰있을 때 빈번히 발생하는 제 형태의 연대가 영구히 지속된다는 기대는 할 수 없다. 노동과 일상이 만연한 시기는 다시 올 것이다. 앞으로 도래할 변화에 대하여 많은 낭만적 전망들이 있지만 금세 좋지 않은 결과에 따른 엄청난 환멸로 바뀔 수 있다. 나는 2015년 가을 난민운동이 있었던 때의 감개무량과 바로 뒤에 발생한 일들을 기억한다. 다음과 같은 어려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경제 구조는 변화할 것인가, 아니면 바뀌지 않고 더 견고해질 것인가? 그리고, 우리의 제한된 자유는 다시 제한이 풀릴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이유를 근거로 새로운 통제체제가 장기간 수립될 것인가?
 
Z: 유럽에서 코로나 위기의 결과로 민족주의가 강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H: 코로나 훨씬 이전부터 감지되던 현상이다. 정치 지형만 보더라도 눈치 챌 수 있다. 새로운 민족주의의 물결은 EU국가들이 독자적으로 국경을 닫는 데서부터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역학은 헝가리의 오르반 같은 미심쩍은 지도자들에게 아주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는 사회를 권위주의적으로 통제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위해 지금 같은 상황을 이용한다. EU는 형식적 민주주의로 치장된 독재자를 후원한다.
 
나는 전혀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Z: 유럽의 국경 개방의 시대는 끝났는가?
 
H: 물론 완전히 절망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 환자가 타국으로 옮겨져 그곳의 병원에서 치료받는다거나 하는 일들이 빈번해지면 민족주의는 약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체계적인 결정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인본주의적 제스처일 따름이다. 나는 전혀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또한 개방된 사회와 자유민주주의의 현시에 있어서 동유럽과 서유럽 간의 양극화가 전개되고 있다.
 
Z: 동구권에서 권위주의와 민족주의적 계기가 확장되고 있어서?
 
H: 그렇다. 동구권에서 권위적 급진민족주의-우익포퓰리즘이라 칭하는 건 옳지 않다-가 팽창하는 것은 아주 우려스러운 일이다. 동구권 문제로 넘어가기 전에 숙고해야 할 것은, 오르반 역시 그 권위적 급진민족주의의 독일 버전인 AfD(독일을위한대안)의 본보기가 된다는 것이다.
 
Z: 코로나국면에서 극우주의와 인종주의 문제는 초점에서 다소 벗어난 것 같다. 하나우에서의 외국인혐오 총기난사 사건 이후 그랬던 것처럼 이 문제들에 대한 관심이 다시 중심으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는가?
 
H: 극우주의와 인종주의 문제가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우익세력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그 원인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이는 미디어의 역할에 달렸고 이러저러한 사회적 사건들이 잊히느냐에 따라 달렸다.
 
Z: 하지만 일견 독일의 극우세력들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H: AfD는 현재 연방헌법수호청의 감찰과 내부 분쟁 등으로 인해 마비된 상태다. 게다가 위기 상황에서 법 해석의 전권은 정부에 주어진다. AfD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Z: 당내 극우 분파인 플뤼겔의 자체적 해산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H: 그로써 AfD가 어떤 식으로든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는 완전한 허구다. 예상컨대 플뤼겔은 더욱 세력이 강해질 것이고 동시에 더욱 암약하게 될 것이다.
 
극우의 가속화
 
Z: 지금은 극우주의의 폭풍전야에 불과하다고 해야 하는 것인가?
 
H: AfD의 경우에만 그렇다. 다만 우리는 우익 스펙트럼에서 상당한 극단화의 가속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인민의 소수자집단에 대한 경멸적 태도는 코로나위기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Z: 더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
 
H: 다섯 가지 차원에서 극우의 가속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소속감에 근거한 경시와 차별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를테면 유대인, 무슬림, 동성애자, 노숙자, 난민 등. 이러한 집단적 적대는 AfD의 기반을 형성하며, AfD는 적대를 정치적 슬로건과 아젠다로 정교화한다. 그들은 다시금 극우주의를 정당화하고자 인종전환”(Umvolkung)이나 거대한 교체”(der große Austausch)와 같은 수사와 음모론을 적극 활용한다. 체제-적대적 조건은 폭력으로써 더욱 가속화되고 “Revolution Chemnitz”“Freital 360”과 같은 자경단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집단들은 테러리스트 조직에서 개인 범죄자까지 더욱 다양해지고 폭력적이 되고 있다.
 
Z: 하나우 참사의 피의자와 AfD 사이에 경계는 있는가?
 
H: 극우의 가속화 상황에서 그건 더 문제적이다. 결국, 그것을 우파 위협 연합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열린사회와 자유민주주에 따르는 위험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AfD에만 주목하지 않고 우익 스펙트럼 전체를 주시해야 한다.
 
Z: 우익 세력이 에코독재등을 운운할 때 시민들은 그에 동조하는가?
 
H: 그런 사람 많다. 정치인들이 그러한 용어를 전유한다고 해서 그 용어의 의미가 무뎌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 안에서 표준화된다. 위험한 현상인데, 표준으로 간주되던 모든 것들에 대한 문제화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AfD의 전략이며, 이것 때문에 마르쿠스 쇠더가 주의회선거에서 AfD를 상대로 참패했던 것이다.
 
Z: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왜 같은 짓을 반복하는가?
 
H: 그들은 중산층을 타깃으로 삼는다. 어떤 이들은 우아한 언어의 매끄러운 파사드 뒤에 소수자 약자 집단에 대한 강한 경멸을 숨겨 놓는다. 튀링겐에서처럼, 역사적으로 잊혀진 권력에 대한 의지를 중심으로 당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져 있다. AfD는 사회 제도의 해체를 지향한다. 그들은 그들의 사람들을 경찰, 연방방위군, 문화예술계, 교육, 노동조합 등에 심어 넣으려 한다. 2년 전만 해도 나는 그들이 튀링겐의 주의회선거 결과가 보여준 만큼의 구조적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박수와 돈은 문제를 짧은 시간 안에 바로잡지는 못할 것이다.”
 
Z: 당신이 정치적 급진주의의 원인을 논할 때 종종 인정의 상실을 언급해왔다. 현재 우리는 소소한 역할을 해온 자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는 상황에 있다.
 
H: 정말로, 그건 새로운 현상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인정받을 가치가 있다. 그러나 불안이 경감될수록 박수소리도 서서히 멈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특히 동독에서 많이 발생한 인정의 상실을 회복할 만큼은 못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 10년간 정치가 그들을 보살피지 못했다고 느낀다. 이러한 감정은 더 깊어지고 있으며 박수와 돈은 문제를 짧은 시간 안에 바로잡지는 못할 것이다.
 
Z: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적, 정치적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켜서 극우세력이 약화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해볼 수 없는가?
 
H: 그러한 전환을 추동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주주? 경영자?
 
Z: 사회적 다수가 아니겠는가. 사회 집단들 사이에서 인정과 연대의식이 확대되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사회적 통제는 회복되고.
 
H: 희망사항이다. 다만 두 가지 측면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익명의 지구적 금융자본주의는 사회 통합과 인정에 전혀 무관심하다. 그것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사회적 변화도 불가능할 것이다. 위기 이후에 이윤 상실을 만회하기 위한 잔혹한 조치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유용성, 효율성의 가치가 무조건적인 기준이 될 것이다. 세탁기 같은 물건을 제조할 때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 있어서도 말이다.
 
Z: 하지만 이제는 다보스 같은 데서도 극우주의가 금융자본주의를 위협하기 때문에 중산층을 다시 두텁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H: 의회에서도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선언했지만 지금까지 구조적 개선은 전혀 없었다. 두 번째 측면은 이렇다. 간호사, 간병인 등에 상당한 인정이 보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큰 위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 해결도 장기적으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위기가 지나가고 경제 회복과 안정화를 위해 수십억이 쓰이게 된다면, 한 질문이 제기될 것이다. 우리가 방금 전에 박수를 보냈던 영웅들의 재정적 인정을 위한 돈은 어디서 마련해야 하는가? 나도 좀 덜 회의적이고 싶다.
 
위기 상황에서 권위주의가 성장한다.”
 
Z: 무슨 의미인가?
 
H: 정치, 정부 기관들은 도대체 기억력이 전혀 없다. 어찌나 느리게 조금씩만 배우는지. 예컨대 나치 언더그라운드’(Nationalsozialistischer Untergrund) 살인사건 이후 있었던 모든 선언들이 잊히기까지 얼마나 짧은 시간이 걸렸나? 인종주의적 테러리즘 행위는 아무런 대가도 치러지지 않은 채 의식화되었다(ritualisiert worden). 들 수 있는 예는 너무 많다. 이제는 달라지기를 바란다. 왜냐면 당신이 언급한 사회적 인정의 문제가 사회 결속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또한 타자를 배제함으로써 통제력을 회복하겠다고 인민에게 약속하는 권위주의의 유혹에 빠질지의 여부도 인정 문제에 달려있다. 위기 상황에서 권위주의가 성장한다.
 
Z: 기관들을 운영하는 건 사람 아닌가.
 
H: 물론이다. 하지만 법과 절차도 있다. 정치, 국가 기관들은 독자성을 지니며, 무엇보다 자체 존립을 위해 설계되었다. 간호사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정치인들만 있는 게 아니다. 지도자들이 위기의 교훈이라고 일컬은 많은 것들은 관료 절차들에 의해 무효화될 것이다.
 
Z: 당신은 여전히 이 위기가 딱히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H: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다만 그로부터 어떤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금융자본주의의 구조가 더 견고해지고 정치 기관들의 통제력이 더 증대됨에 따라 이러한 공상적인 사회낭만주의가 산산조각이 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것이다.

창작과비평 196호 <그런 세대는 없다> 촌평. 누가 왜 자꾸 그런 세대가 있다고 우기는가

  나는 386 세대 (‘586’, ‘n86’ 보다는 처음 나온 용어인 ‘386’ 을 선호한다 ) 에 대한 악감정이 없다 . 오히려 나는 우리 모두가 그들의 정치 운동의 유산에 빚을 지고 있으며 , 특히 386 의 학문 후속세대는 그들이 일궈놓은 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