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포퓰리즘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포퓰리즘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0년 3월 15일 일요일

2020년을 위한 포퓰리스트의 가이드 서문 번역

Krystal Ball & Saagar Enjeti. (2020). The Populist’s Guide to 2020 : A New Right and New Left are Rising. Washington, DC: Strong Arm Press

Introduction 번역
 
“미국인 대학살”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식에서 당시 미국의 상황을 묘사하면서 쓴 말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우리나라의 부와 힘, 신념을 잃어가는 동안 다른 나라들만 잘 살게 해줬다. 하나둘씩 공장들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일말의 고려도 없이 문을 닫고 해외로 나갔다.” 정치전문가들은 충격이라도 받은 듯 경악했다. 감히 소도시들과 노동계급 공동체의 붕괴에 대한 진실을 폭로하다니. 이러한 황폐화는 테러리스트나 적국이나 자연재해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출한 지도자들이 일으킨 것이다. 양 정당의 정치인들은 지난 수십 년간 탈산업화된 경합주들에 던졌던 공약들을 이행하는 것보다 부유한 후원자들의 이익과 국민총생산에만 전념했다.
 
양당 기득권들은 정작 트럼프의 연설에서 이 부분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NAFTA와 TPP를 밀어붙이고 은행 규제를 없애고 노동조합을 와해시킨 민주당으로서는 지난 수십 년간의 정책들 탓에 지금 이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대신 “인종차별!” “성차별!” 혹은 “러시아!” “코미!”를 외치는 것이 쉬운 일인 것이다. 상공회의소가 시키는 대로만 해왔던 공화당으로서는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함으로써 낙수효과라는 공허한 리버테리언 이데올로기가 완전히 동의를 잃었다는 것을 승인하는 대신 민주당의 문화적 과잉에 집착하는 것이 쉬운 일인 것이다.
 
성찰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인포테인먼트 산업의 구미에만 맞는 뻔한 얘기만 내뱉는 기득권 지도자들과 엘리트 미디어, 전문가 집단은 미국 정치를 바라보는 렌즈를 진작 조정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야기한 결과와 실재 세계를 다루었을 것이다. 공화당은 또 다른 부자감세가 과연 그들의 정치력을 쏟아 부어야 할 의제인지를 재고했을 것이다. 민주당은 색깔 없고 밸 없는 중도주의자들을 내세우는 것이 과연 권력을 되찾아 올 최선의 방법인지 그리고 그 권력을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을는지에 대해 고찰을 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소비주의의 신을 중심으로 전체 사회와 가치의 체계를 조직하는 것이 과연 우리가 살고 싶고 아이를 기르고 싶은 국가를 만들었는가에 대하여 고민을 했을 것이다.
 
우리는 The Hill TV의 Rising의 진행자들이다. 일간 아침 정치프로그램으로 솔직히 이렇게까지 빠르게 성공적인 방송이 될 줄은 몰랐다. Rising의 목표는 전통 담론에 도전하고 양 정당으로 하여금 그들에게 자금을 대주는 주주들 대신 노동자 계급의 이해관계를 위해 종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Rising은 일종의 실험으로서 기존 정치에 대한 반성과 현 상태에의 도전이 야기할 결과를 예측하고자 하며, 신포퓰리스트좌파와 신포퓰리스트우파 간의 거짓 없는 대화가 어떤 모양을 띨지를 보고자 한다. 지난 40년 동안 이어져 온 오래된 생각들을 어떻게 떨쳐낼 것이며 오늘날 인민들의 요구와 그들이 처해 있는 현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우리 공동체가 일상에서 겪는 문제들과 뉴스에서 보는 것들을 이해하고 검토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렌즈를 개발해야 할 것인가?
 
2020년 민주당 경선은 이러한 질문들을 탐구하는 데 적절한 자료를 제공한다. 우리는 스티브 불록, 마이클 베넷, 커스틴 질리브랜드, 존 히켄루퍼, 코리 부커, 세스 물튼과 같은 기득권 정치인 후보들이 몰락하는 과정을 목격했다. 이들은 모두 적당한 이력과 면밀히 계산적으로 취한 정치적 입장, 후원자들을 보유했으며 몇 년 전이었더라면 경쟁력 있는 후보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중 아무도 제대로 시작조차 해보지 못했다. 우리는 미디어에 의해 돌풍을 일으킬 만한 후보로 포장된 카말라 해리스와 베토 오루크가 메시지의 빈곤 때문에 몰락하는 것을 목격했다. 엘리자베스 워런은 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려 하다가 비틀거리고 있다. 미디어와 기득권에서는 그들이 불편해 하는 아웃사이더 후보인 털시 가버드와 앤드류 양을 어떻게든 폄하하려 하지만 뜻처럼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보다 “전통적인” 후보들보다 훨씬 오래 버텼다. 우리는 억만장자들이 선거를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가능성과 한계를 엿봤다. 억만장자가 스스로 선거에 나서든 피트 시장 같은 이를 대리인으로 내세우든 말이다. 우리는 신자유주의자들(경제 및 문화의 현 상태를 고수하는 자들)이 그들이 선호하는 후보가 실수하고 허둥댈 때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봤다. 시작 단계부터 우리는 이미 결국에는 이렇게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다른 여러 후보들이 부상하고 추락함에 따라 두 개의 이데올로기적 극으로 경선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극은 바로 조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로 표상되며 우리를 변화의 방법을 둘러싼 갈등과 세대적 갈등으로 이끌고 있다.
 
우리는 미디어가 이러한 난리법석을 어떻게 의미화 하는지를 지켜보면서 좌절하기도 했고 파안대소하기도 했다. 주류 미디어로부터 일관성을 찾자면 정말 모든 것에 대하여 항상 틀린다는 것이다. CNN의 정치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는 크리스 실리자와 해리 엔텐은 카말라와 베토가 경선에서 2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 예견했다. 카말라에 대하여 그들은 다음과 같이 썼다. “그녀의 프로필-검사직을 지낸 인도아메리칸이자 아프리칸아메리칸 여성-은 딱 2020년 대선을 위해 맞춤형으로 짜여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유권자들은 그녀의 정체성에 전혀 관심이 없었으며 검사직을 지낸 이력은 오히려 싫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얄팍한 정체성 정치가 여러 후보들과 정치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헛발질을 하게 만든 완벽한 예시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일한 CNN 분석은 버니 샌더스를 예상 순위 6위에 놓았다. 정치 분석 좀 잘 하라고 고액의 연봉을 받는 프로 예언자들은 “샌더스의 시대는 이제 갔다”고 진단했다.
 
그러는 동안 엘리트 미디어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이슈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유권자들은 계속해서 여론조사 등을 통해 의료보험, 환경, 이민, 교육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라고 말해왔지만 볼 수 있는 것은 네오매카시즘 혹은 우크라이나 안보에 관한 관료적 논쟁뿐이다. 조심스레 제안하건대, 어쩌면 이것들보다는 훨씬 중요한 문제들이 다뤄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을 목전에 두고 있다. 어쩌면 도처에 암약해 있는 상상된 러시아의 공작을 강박적으로 찾아내려 하는 데 낭비하는 열량을 끝없는 전쟁을 막는 데 쓸 수도 있겠다. 이 얘기는 트럼프의 비행들을 면죄하자는 것이 아니다. 특히 크리스탈은 트럼프에 대해서 혐오감 외에 갖는 감정은 없다. 하지만 눈을 떠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시위자들이 도시를 불태우고 정부를 전복하려 하고 있다. 왜 그러는지 의문을 가진 적이 있는가? 아니면 우리나라가 이러한 대위기의 한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지 궁금해 해본 적은 있는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까지도 민주당 경선과 2020 대선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대선 국면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한 가지 일관성은 발견할 수 있었다. 미디어의 실수와 편파성, 그리고 중요한 문제와 중요하지 않은 문제들을 혼란스럽게 만들려 하는 기득권의 알량한 공작들 말이다. 우리는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면서 해왔던 여러 작업들을 한 데 정리하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진행했던 분석과 평론을 정합적인 프레임워크 안에 정리함으로써 매일 우리 앞에 펼쳐지는 사건들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참여에 보탬이 되고자 했다.
 
모든 선거마다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오늘날 우리는 트럼프, 바이든 그리고 버니의 당선 여부에 따라 극단적으로 상이한 국면을 맞이할 분기점에 놓여 있다. 사가르의 관점에서 트럼프는 우익 국가주의의 표현이며 가족적 가치의 보호와 국경 통제로써 미국 정체성을 지키는 데 전념하는 당의 표상이다. 크리스탈의 관점에서 버니는 계급에 기반한 좌익 운동의 표상이자 트럼프의 우익 포퓰리즘에 대한 해답이며 다인종 노동계급을 위해 일하는 민주당의 표상이다. 우리 모두의 관점에서 바이든은 중도주의 기득권자들의 대변인이다. 이들은 현단계 담론에서 돌출되는 언어들만 가지 칠 수 있다면 전쟁과 부패를 위한 초당파적 연합으로 돌아가고 효율성의 미명으로 노동계급을 서서히 갈아 넣기를 속개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자들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매일같이 진행했던 선거 분석들을 취합하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예측하기 위해 단서들을 찾고자 했으며 선거를 이해하는 데 가장 적합한 프레임을 모색했다. 지금껏 했던 모든 아침 평론과 사설을 훑은 뒤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에 맞닿아 있는 것들을 골라냈다. 우리는 후보들, 그들이 범한 실수들, 그들의 언어와 자금 조달 양상을 분석함으로써 어떠한 새로운 가능성이 야기될 것인지 혹은 어떠한 구태의 공포가 재생산될 것인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새로운 현실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며 2020년은 새로운 질서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는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책의 제목을 “Populist’s guide to 2020”이라고 지은 이유는 우리 둘 다 스스로를 포퓰리스트로 정체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규모 노동계급을 정치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믿으며 그렇게 하는 정책과 정치인을 지지한다. 크리스탈은 민주당원이고 사가르는 공화당원이지만 우리는 모두 의심의 여지없이 친노동계급이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의 정치적 성향을 공유하는 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정치의 현행 패러다임이 더 이상 유의미하지 않다고 느끼며 진정한 노동계급 정치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사람들 모두를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주류 미디어가 종종 파국적인 결과를 몰고 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붙들고 있는 구태의 망가진 프레임보다는 더 나은 프레임으로써 선거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제공할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정치적 지각변동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 하며 당파적으로 유통되는 분노의 언어들이나 행복한 이야기들을 받아먹기만 하는 데 신물이 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여기서 소묘된 렌즈를 통해 선거를 본다면 카말라와 베토의 실패나 워런의 우경화가 전혀 놀랍지 않으며 경선 양상이 양극 진영 간의 대결 구도로 전개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책은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핵심부의 부패, 미디어, 정체성, 변화의 이론. 각 장은 Rising의 에세이들을 포함하며 모두 현재성을 띠고 중요하며 독창적인 통찰을 제시하는 것들만을 모았다. 이 글들은 우리가 매일같이 고민하는 아이디어들을 정연하게 상술한다.
 
핵심부의 부패에서 우리는 종종 괄시되는 오늘날 세계와 미국의 현실을 살펴본다. 크리스탈은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봉기와 미국에서의 정치적 혼돈 및 시위운동들 간의 연관 관계를 파악한다. 그녀는 민주당의 실패를 면밀히 살펴본다. 민주당이 실패함에 따라 그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정당성을 잃었지만 계속해서 레드콤플렉스를 자극하며 탄핵을 밀어붙이는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가르는 “깨어있는 자본”이라 일컬어지는 양의 탈을 쓴 늑대를 비평하며 오바마 시대의 추악한 진실을 드러낸다. 그는 소위 “자유 무역”의 황폐화를 살펴보면서 국내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 불리는 자들이 가장 앞장서서 미국인 가족들과 노동계급을 말살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논한다. 피트 시장, 당신 말이야!
 
미디어에서 우리는 공영 뉴스와 온라인 미디어 등이 계속해서 현 시기 가장 큰 이슈들을 피해가면서 미국인 대중의 신뢰를 잃게 만들어버린 구조적 제 문제를 추적한다. 사가르는 기업과 극소수 경제 엘리트들의 통제를 받는 미디어가 권력자들에 유리하게 보도하고, 노동계급의 운동을 폄하하고 억압하며 코즈모폴리터니즘을 체화한 부유층 리버럴 독자들만을 소구하는 이슈들만 강박적으로 좇는 방식을 살펴본다. 크리스탈은 MSNBC에서 일했던 경험을 돌아보며 자칭 리버럴 네트워크가 어쩌다 진보의 적이자 현 상태 유지를 위한 도구가 되었는지를 알아보고, 어떤 후보는 엘리트 미디어에 의해 숭배되다시피 하는 반면 어떤 후보는 폄훼되는 이유에 대하여 하나의 가설을 제시한다.
 
정체성에서 우리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위험하지만 널리 쓰이는 무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체성 정치가 바로 그것이다. 앤드류 양과 털시 가버드의 출마 과정을 주시하면 어떤 후보는 추켜세워지는지 그리고 어떤 후보는 무시되고 폄훼되는지 알 수 있다. 카말라 해리스의, 인종주의 때문에 그녀를 포함한 유색인종 후보가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주장도 다뤄질 것이다. 우리는 현상유지의 정치학과 다양한 정체성의 결합이 특정 백인 리버럴 세력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에 대해 논하며 왜 이들은 유권자들이 이데올로기, 정책, 문화적 연관성을 정체성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것에 어리둥절해 하는지를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변화의 이론에서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한다. 정치에 대한 어떤 접근법이 사람들이 그동안 선거마다 절실히 바랐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 양 정당에 혐오감을 갖는 70%의 미국인들과 아예 모든 것을 불태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대답하는 40%의 미국인들을 누가 그리고 무엇이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크리스탈은 기득권 친기업 좌파를 비판하고 사가르는 리버테리언 친기업 우파를 비판한다. 사가르는 좌파들이 정체성 정치에 집착하다가는 노동계급 운동에 필수적인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의 지지를 잃을 위험이 있음을 경고한다. 크리스탈은 버니와 워런의 차이를 탐색하며 왜 이 이들이 완전히 이질적인 세력의 지지를 얻는지를 알아본다. 또한 그녀는 1980년대 벌링턴의 시장으로서 보냈던 샌더스의 시간이 포퓰리스트 대통령으로 가는 로드맵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 가지 확실히 하자면 크리스탈과 사가르의 글들은 각자의 관점만을 드러낸다. 그러나 우리의 희망은 한 데 모여 신우파와 신좌파의 얼개를 제공하며 그것은 향후 수십 년 간의 정치를 정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혼란스럽고 불안하며 가끔씩 공포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희망과 도움을 얻어 가실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Rising에서 함께 일하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지켜보면서 부조리들을 비웃고 동료 시민들을 기만하는 초당파적 정치행위에 함께 분노하면서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서로 크게 다른 신념과 정책을 지지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우리가 많은 사안에 대하여 서로 동의하는 것에 어리둥절해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나라의 부패와 현 상태에 대한 진단 및 권력에 대한 깊은 회의를 공유한다. 현실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전제하고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면 얼마나 멀리 함께 갈 수 있는지 실로 놀랍다. 적어도 현행유지의 호위병들이 ‘그들이 당신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때까지 당신은 가만히 조용히 있어라’고 하며 포용하기를 종용하는, 고상하지만 얄팍하고 진정성 없는 정치보다는 훨씬 멀리 가는 것이다. 우리는 반대의 관점을 취한다. 목소리를 키우자.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자. “전문가들”이 당신에게 더 나은 사회는 불가능하다고 설득하게 놔두지 말자.
-Krystal & Saagar

2020년을 위한 포퓰리스트의 가이드 개요 The Populist's Guide to 2020: A New Right and New Left are Rising



Krystal Ball & Saagar Enjeti. (2020). The Populist’s Guide to 2020 : A New Right and New Left are Rising. Washington, DC: Strong Arm Press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의 언론사 The Hill에서 제작한 Rising이라는 유튜브 방송의 공동 진행자 크리스탈 볼Krystal Ball과 사가르 엔제티Saagar Enjeti이다. 크리스탈 볼은 2010년에 만 서른도 안 된 나이에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하여 낙선한 바 있고 MSNBC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는 좌파 성향 정치평론가 및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사가르 엔제티는 백악관 특파원 출신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원이다. 상반되는 정치적 성향을 갖지만 그럼에도 둘은 공동 진행자로서 아주 훌륭한 호흡을 보이며 많은 부분에서 서로 동의하고 공감한다.

현재 미국의 대선을 위한 민주당 경선은 조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의 양강 구도로 좁혀지고 있다. 흥미롭게도 둘은 당내 극단적으로 상이한 지지세력과 이데올로기, 방법론을 표상한다. 바이든은 보수에 가까운 중도주의자다. 그가 후원자들 앞에서 했던 연설에서 한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라는 발언으로 상징되는 중도주의 정치는 샌더스의 민주사회주의적 정책 공약들을 모두 부정한다. 바이든의 후원 세력은 주로 당내 기득권 및 경제 엘리트들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샌더스의 후원 세력은 대부분 개인 소액 후원자들로 풀뿌리 민주주의 세력이며 기업과 로비스트 등의 후원은 일절 받지 않는다. 이 책은 같은 당내 경선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극단적인 대립구도로 전개되는 이유와 그 과정을 추적한다. 미국 정치 일반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막연히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의 대항마가 될 사람이 누구일지 혹은 트럼프가 재임을 할지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재미있고 쉽게 읽힐 수 있다.

1년여의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명의 후보들이 급부상하고 몰락했다. 바이든과 샌더스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인물들은 카말라 해리스, 피트 부티지지, 베토 오루크, 마이크 블룸버그, 엘리자베스 워런, 털시 가버드, 앤드류 양이다. 앞의 네 명은 바이든과 비슷한 중도 성향이며 뒤의 두 명은 진보 성향에 당내 기반이 약한 아웃사이더 후보다. 엘리자베스 워런은 그 중간쯤에 위치하는데 경선 직전까지는 샌더스의 동료로 불리며 당내 좌파로 분류되었으나 현재는 다소 우경화된 행보를 보이며 샌더스의 민주사회주의와 거리를 두고 있다. 털시 가버드와 앤드류 양은 당내 기반이 허약하며 심지어 양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기업가이지만 해리스, 오루크, 카스트로, 라이언 등 기성 정치인 후보들을 제치고 7위권에 머무르다가 최근에야 사퇴했다. 기득권 엘리트 미디어는 의도적으로든 실수로든 앤드류 양을 계속해서 무시하거나 깎아내리며 심지어 털시 가버드는 노골적으로 이적 행위자로 몰아간다. 하지만 앤드류 양은 기본소득 의제, 가버드는 반전과 중상주의 외교 등의 확실한 메시지를 관철시키며 보통 사람들의 주류 미디어 언론에 대한 불신에 힘입어 풀뿌리 세력의 확고한 지지를 넓혀 왔다. 이 책은 당내 기득권과 주류 미디어가 어떤 후보를 추켜세우고 어떤 후보를 폄훼하는지를 추적하며 그 과정에서 보통 사람들로 구성된 풀뿌리 세력이 어떻게 저항하는지를 살펴본다. Rising 자체가 주류 미디어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다양한 목소리들이 중심부를 뚫고 관철될 수 있는 여러 플랫폼들의 발전에 토대를 두고 있는 만큼 이 책은 또한 뉴미디어와 선거보도의 관계에 관한 상당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로 엘리트, 기득권(establishment), 정치 전문가(pundit), 주류(mainstream), 중도(centrism), 현행유지(status quo) 등이 있다. 두 저자는 크게 상이한 정치적 성향을 갖지만 둘 모두 스스로를 포퓰리스트라 칭한다. 여기서 포퓰리스트라 함은 포퓰리즘의 지지자를 의미한다. 포퓰리즘의 정의는 여전히 학자들 사이에서 합의에 닿지 못하고 있지만 반기득권, 반엘리트주의, 반전문가주의 정서가 포퓰리즘의 핵심을 구성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카를 슈미트에 따르면 정치는 적과 아군의 구별에서 출발하지만 현재 미국 정치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사실상 거대한 하나의 정당의 두 분파임에 다름없는 데에 이르면서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의미를 잃은 탈정치의 상태에 있다. 샹탈 무페가 표현한 대로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차이와 진배없게 되면서 적과 아군의 적대 전선이 새로운 구도로 재편되기 시작했는데 엘리트 세력 대 반엘리트 세력의 전선이 그것이다. 비기득권의 보통 사람들에게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차별점 없는 엘리트 세력으로 현재의 미국을 만든 장본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엘리트 대 반엘리트의 전선을 미국 정치와 경선을 사고하는 프레임으로 취함으로써 기존의 좌우 스펙트럼 및 구태의 진영논리의 맹점에 위치해 있던 보통 사람들의 분출하는 요구사항이 경선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살펴본다.

빌 클린턴 이후 민주당은 공화당과 구별되는 뚜렷한 진보적 의제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은 주지하는바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와의 승부에서 그에 맞서 내세울 수 있는 의제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정체성 정치뿐이었다. 이렇듯 정체성 정치는 민주당 세력의 ‘의제의 빈곤’을 은폐하기 위한 보기 좋은 포장지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경선 국면에서도 이러한 정체성 정치의 오용은 쉽게 목격된다. 많은 경우, 차별화되는 정책과 의제의 부재로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후보들의 핑계거리로 쓰인다. 코리 부커나 카말라 해리스와 같은 흑인 후보들이 자신이 흑인(여성)이기 때문에 고전한다고 공공연하게 발언하는 것과 피트 부티지지가 흑인들로부터 매우 낮은 지지를 받는 이유를 흑인들의 호모포비아적 성향 때문인 것으로 진단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정체성 정치를 이용하는 예로는 한 후보의 정책이나 이데올로기, 과거의 과오에 대한 문제 제기를 그 사람의 정체성(성별, 인종, 성적 지향성 등)에 대한 공격으로 몰아가며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 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지금까지도 자신이 트럼프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본인의 성별에서 찾으면서 트럼프에게 투표한 사람들을 여성혐오자, 인종주의자로 비난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캠페인의 허술함과 정책 공약의 빈곤을 성찰하기보다 이편이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은 다수 노동계급 유권자들이 이미 간파하고 있다. 엘리트 기득권 세력이 자신의 구미에만 맞는 방식으로 만지작거리는 정체성 정치는 노동계급 보통 사람들로 하여금 정체성 정치 일반에 대한 거부감만을 갖게 만든다.

이것은 한국의 상황과도 연결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의 20대 청년층 안에서 유달리 두드러지는 페미니즘, 정체성 정치 등에 대한 집단적 반발, 제노포비아적 언동은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세대적인 비토여론과 결부되어 이른바 ‘20대 현상’으로 문제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20대 현상’ 담론은 이들의 반자유주의적 언동만을 문제시하며 20대 현상을 혐오 정서의 문제로 축소하고 역사적 반동으로 일축한다. 정치권에서 20대 현상은 20대의 급격한 보수화로 문제를 진단한다. 상이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지만 두 진단 모두 문제의 구조적 원인에 시선이 닿지 못하는 한계를 노정하며 보수적 의제를 위한 알리바이로 기능한다. 보수화된 유권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당의 노선을 조금 더 오른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에 근거를 더하고 혐오 문제에 있어 자유주의적 가치를 회복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 방안으로 논의가 종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이 제시하는 포퓰리즘의 프레임으로 문제에 접근한다면 오늘날 한국사회 표피에서 드러나는 여러 유형의 혐오 문제들은 기실 지배 헤게모니의 붕괴의 소산임을 알 수 있다.

지배 헤게모니가 붕괴하는 때가 바로 <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의 저자 샹탈 무페가 말한 바의 포퓰리즘 계기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를 외치며 어떻게든 현 상태를 바꾸자고 주장한 트럼프와, 현행유지를 고수하며 이미 붕괴해 가는 자유주의 헤게모니를 붙들고 “미국은 이미 위대하다”(America Is Already Great)라고 맞붙은 클린턴 사이에서 미국 기층민중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저자들이 궁극적으로 던지고자 한 메시지가 바로 이것일 테다. 같은 행위를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광기이다. 바이든이 본선에 진출하면 필패다. 오직 샌더스와 그를 지지하는 좌익 포퓰리즘 운동만이 트럼프의 우익 포퓰리즘에 맞설 수 있다.
홈

자기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느니 차라리 나라가 망하기를 더 원하는 사람들 26.1.6.

  2026 년 첫 거래일부터 코스피가 4,300 을 넘겼다 . 불과 2025 년 5 월까지만 해도 2,500 선이었다 . 2025 년 6 월 정권 교체 이후의 가파른 상승세는 망가져만 가는 줄 알았던 한국의 경제 상황에 희망이 보이는 것을 넘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