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클리셰는 항상 최악의 성차별주의자들은 항상 체격만 좋고 공부는 전혀 안 하는 고교 운동선수들로 묘사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인터넷 세계는 실제는 전혀 다름을 보여준다. 인터넷으로 인해 드러나게 된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오히려 너드nerd 성향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 착한 남자라고 생각하지만 여자를 사귄 적이 없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증오로 가득 차 있고 타인의 행복에 미친듯이 시기심을 느끼는 인종주의자이자 여성혐오자라는 것이다. 비슷하게, 60년대 이후로 서구 대중문화를 지배해왔던 미학적 가치들, 이를테면 위반, 전복, 반문화와 같은 것들이야말로 오늘날 온라인 극우의 본질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극우는 종래의 전통적인 편견들로 가득하지만 니체적인 반-도덕주의에 힘입어 기독교 윤리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에서 과거의 극우와는 다르다."
인셀의 멘탈리티를 가진 자들이 정치세력화하면 대안우파alt-right로 호명된다. 이들이 인터넷 공론장에서 벌이는 온갖 트롤링, 극우주의적 언동들을 해설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어왔다. 대체로 살기 힘들어지고 여기저기 헤게모니에 빵꾸가 뚫리면서 다양하게 발생하는 병리적 현상이라든지, 진보 보수를 대표하는 양대 정당에서 호소력있는 정치를 하는 데 실패해 앞뒤 가리지 않는 망동들이 주목을 독점하게 됐다든지라는 얘기로 요약 가능하다. 저자 안젤라 네이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러한 망동의 원천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디씨나 일베에 비견되는 4chan과 게이머게이트와 같은 사이버불링의 현장이 그것이다.
현대 정치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밈이다. 한국에서도 유행어나 '짤'이라는 말 대신 밈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밈은 뭐든지 될 수 있다. 고릴라 하람베, 개구리 페페에서 마일로 이아노풀로스, 산타바바라 총기난사 사건의 엘리엇 로저까지 동물이건 그림이건 인물이건, 대안우파들을 움직이는 밈들의 변천사를 이 책은 보여준다.
이러한 밈들의 극우정치적 전용, 언어유희를 활용한 신조어와 은어들의 공론장 오염은 상황주의 전략들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68혁명을 위시한 신좌파 운동이 오늘날 대안우파의 반인륜적 망동들을 배태했다고 주장한다. 먼저 사드부터 니체, 바타유, 바네겜, 바흐친 등 68에 영감을 제공한 사상을 훑는다. 이것이 인터넷 발전에 힘입어 뒤늦게 위반과 전복의 가치가 문화의 주류를 점하게 된다. 그에 따라 아랍의 봄, 월가점령 등의 대중운동이 일어날 수 있었지만 '리더 없는 투쟁'과 '금지를 금지'한 빈 자리에 극우의 상징들이 준동하기 시작했다.
"주류의 가치와 취향에 반하기만 하면 뭐든지 흐를 수 있는 공허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반문화적 위반의 사상의 텅 빈 사기극이다. 문화가 끔찍한 공포에 노출되는 동안 진보주의자들은 맹목적으로 그것을 카운터-헤게모니의 힘으로 낭만화했을 따름이다."
그러는 동안 위반과 전복의 가치는 대학 캠퍼스와 소셜네트워크 Tumblr를 중심으로 기이한 정체성 정치의 인정투쟁으로 표출되었다. 저자가 예로 든 것은 'spoonie'이다. spoonie의 어원을 여기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일상적인 사회 생활을 조금만 하면 몹시 피로해지는 증후군(이라 주장하는 것)을 가리킨다. 스스로 spoonies라 말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일종의 질병 혹은 장애로 인정해주기를 요구한다.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에 당연히 여기저기서 반발이 있었고 리버럴 대학생들, 텀블러 이용자들은 반발하는 사람들을 혐오자로 몰아갔다.
흔히 일컬어지는 '주디스 버틀러 잘못 읽고 체한' 대학생들이 다수 속출했다. 저자는 젠더 유동성 자체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지만 이들의 무근거한 젠더 라벨링과 에고 트립, 자기연민의 언어도단은 리버럴의 탈정치화의 일현상에 다름없으며 조던 피터슨 같은 사람을 대안우파의 정신적 지주로 부상시키는 부작용만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탈정치적 리버럴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전유한다고 믿었던 비합리주의 사상은 미국에서 유구한 전통의 반지성주의를 자극했을 따름이고 그에 힘입은 청년 대안우파들의 테러 행위에 준하는 반동과 문화 전쟁의 향연은 바흐친의 카니발과 다르지 않다.
아주 재미있고 훌륭한 책이다. 대안우파와 극단적 PC의 망동을 균형있게 제시하며 진보진영의 반성을 유도한다. 문화연구자는 왜 비위가 좋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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