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나쁘니까, 배신도 기만도 없는 집권 세력 [한겨레S] 김내훈의 속도조절 보수 진영의 ‘팬더링 프레임’ 수정 2023-01-14 16:00 등록 2023-01-14 16:00 지난 6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답변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겨레S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검색창에 ‘에스레터’를 쳐보세요. ‘팬더링’(Pandering)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상 의미는 뚜쟁이질, 즉 어떤 나쁜 짓을 중개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특정 정치인, 정치 세력을 비난할 때 이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영합하다’라는 뜻으로 말이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나 행동을 짐작해서 진정성은 전혀 없이 다만 얄팍한 호응을 위해 텅 빈 표현만 하는 것에 저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예컨대 한 정치인이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관련한 공개적인 발언을 했을 때, 비판자들은 그의 행동을 ‘Pandering to Black’(흑인을 위하는 척한다)이라고 하고, 성소수자(LGBT)의 권리를 말하면 비판자들은 ‘Pandering to LGBT’(LGBT를 위하는 척한다)라고 하며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한다. 위선 없는 정치는 가능할까 주목해야 할 것은 인종차별, 성소수자 권리, 여성 문제 등 이른바 진보 혹은 ‘리버럴’ 진영에 좀 더 닿아 있는 의제들에 ‘팬더링’이라는 비난이 주로 따른다는 것이다. 진심이 전혀 없이 그저 어떤 지적인 유행에 편승하며 이른바 ‘깨어 있음’을 과시하는 ‘착한 척’, 즉 위선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진보적인 메시지 및 가치, 의제에 위선이라는 말이 늘 따라다니는 것은 동서를 불문한다. 이렇게까지 된 데에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경제적 의제에서는 진보와는 매우 거리가 먼 정치인이 진보의 상징자본을 취하기 위해 정체성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