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8일 수요일

2020년을 위한 포퓰리스트의 가이드 2019년에 세계는 왜 불타올랐는가?

Krystal Ball & Saagar Enjeti. (2020). The Populist’s Guide to 2020 : A New Right and New Left are Rising. Washington, DC: Strong Arm Press

why the world burned in 2019 번역
Krystal Ball
 
(Rising의)가장 통찰력 있는 정규 게스트들 중 하나인 맷 타이비Matt Taibbi는 그의 책인 <Hate, Inc.>에서 포스트냉전 시대의 미디어 보도에 관하여 아주 중요한 논점을 제시했다. 공통의 적이었던 소련의 붕괴 이후 미디어는 또 다른 적을 찾아야 했다. 양 진영이 서로의 새로운 적이 되었다. 폭스 뉴스를 보면 국가를 파괴하는 적군으로 민주당에 버금가는 존재는 없는 것 같다. MSNBCCNN에서는 공화당이야말로 진정한 악의 진영이다. 대립되는 정치적 견지에 따른 상호혐오는 정치 지도자들 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반대되는 정당이나 그 이념을 지지하는 모든 일반인들에게도 해당된다. 당신의 이웃 시민이 적이라면, 모든 선거에서 실존적 위협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분열과 상호불신이 상례가 되는 것에 놀랄 이유가 있나?
 
이러한 졸렬하고 시시한 싸움은 청팀 대 홍팀이라는 문명의 투쟁으로서 중대한 중요성을 갖게 된다. 낸시 펠로시가 트럼프를 이겼다! 청팀이 이기고 있다! 트럼프가 아담 시프를 교활한 시프라 불렀다! 홍팀 화이팅! 이러한 당파적 보도는 두 가지 기능을 한다. 먼저, 어느 진영을 지지하건 그 지지자들을 인포테인먼트 소비자로 전락시킴으로써 시청률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이런 식의 진영논리가 장기적으로 가져올 부작용은 단기적 효능을 압도한다는 것을 지적해야겠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단기적인 당 과도섭취를 선호한다.
표면상의 얄팍한 분열은 또 다른 기능을 하는데, 바로 홍팀 대 청팀이라는 역학에 들어맞지 않는 더 중대한 문제들로부터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양 정당 및 언론사들 등의 엘리트 기득권들이 모두 연루된 구조적 문제들에의 집중을 흐리는 것이다. 2019년은 강박적으로 보도되었던 중요하지 않은 문제들과 완전히 무시되었던 문제들 간의 격차에 있어서 상징적인 해였다. 다음의 글은 탄핵소추 이전인 201910월에 쓰였는데 바로 이러한 격차에 관한 글이다. 우리는 어쩌다가 전세계가 불타오르는 동안 그것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우크라이나 전화통화에만 일 년 내내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2019. 10. 8
 
역사책이 제대로 쓰인다면, 2019년은 전세계적으로 노동계급이 들고 일어남으로써 불타올랐던 해로 기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칠레에서는 버스요금의 대폭 인상으로 인해 촉발된 시위가 신자유주의의 파국적인 불평등을 끝내기를 촉구하는 거대한 민중시위로 이어졌다. 이라크는 우리가 부당하게 일으킨 끝없는 전쟁 이후 세워진 독점체제의 무능한 정부의 붕괴로 말미암아 무너지고 있다. 아이티의 포르토프랭스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는 수많은 사람의 사망과 부상을 남겼다. 그러는 동안, 미국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게이트와 반역이라는 말만 듣고 있다.
 
그렇다. 목전에서 세계가 녹아내리는 동안 우리의 언론사들과 정치지도자들은 하나의 부적절한 전화통화-대통령이 조 바이든의 아들을 조사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군 협조를 멈추겠다고 했다던 그 전화통화-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고 군 협조도 하던 대로 흘러갔다. 그러니까 뭘 가지고 더 따지고 들어야 하는 것인지? 우크라이나와 조 바이든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 우크라이나의 재블린 미사일에 대한 신성한 권리를 해하려 했다는 것?
 
그러는 동안, 홍콩의 길거리는 시위로 인해 불타고 있다. 우리가 무장하고 지원하는, 고문 살인하는 독재자가 통치하는 이집트는 붕괴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해서 예멘에서의 끔찍한 행위들을 후원하고 있다. 우리가 잔인한 독재자 에르도안에게 우리의 동맹이었던 쿠르드족을 넘겨버리린 북부 시리아에서는 난민에 대한 살인행위들이 ISIS에 의해 처벌 없이 자행되고 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당장이라도 전쟁을 벌일 기세이며 프랑스에서의 노란조끼 시위, 튀니지에서 1년째 이어지는 폭동 등 계속해서 열거할 수 있다.
 
Philadelphia Inquirer의 윌 번치의 예언적인 글에 따르면 “1989년 이래로 2019년의 가을은 지구에서 가장 혁명적인 시기가 되고 있다. 불꽃은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통치하라고 임무를 맡겨놓은 인물들은 대부분 부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은 정말 시민들이 눈치를 못 챌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내가 보기에 번치는 용감하게도 이러한 커넥션을 잘 드러냈다.
 
바그다드에서 키예프와 아이티까지, 인민들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이 그 원인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렇기 때문에 나는 TV에서 아담 시프 관련한 강박적인 보도를 볼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싶어진다. 민주당이 민주주의의 규범과 보루를 논할 때마다 내가 이상한 건가 싶다. 그리고 조 바이든이 진지하게 트럼프가 괴물이라도 되는 양 얘기하는 것을 보면, 이 수준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대치인가 고민하게 된다.
 
눈을 뜨고 세계를 둘러보라. 국제 관계가 복잡하다면 기대 수명이 실제로 줄어들고 있는 우리나라를 보라. 우리는 빠른 속도로 불황으로 치닫고 있고 국내 테러리즘이 증가하며 사실상 전 국민이 마약과 포르노에서 트위터까지 정신을 마비시키는 것에 중독되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엘리트 기득권은 트럼프 탄핵에만 사활을 걸고 있다. 트럼프가 정말로 투명하고 정당하게 국정을 지휘하지 않고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한 것이라면? 맙소사, 이전까지 그런 사람은 전혀 없었을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정말로 트럼프가 탄핵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면 그 이후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중국산 싸구려 제품을 받들어 모시도록 가르쳐 왔던 문화와 권력자, 부자들에게만 유리하게 돌아가는 부패한 시스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이후에 어떤 사람을 지도자로 맞이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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