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8일 수요일

2020년을 위한 포퓰리스트의 가이드 Core Rot

Krystal Ball & Saagar Enjeti. (2020). The Populist’s Guide to 2020 : A New Right and New Left are Rising. Washington, DC: Strong Arm Press
 
Core Rot 번역
 
관습적 셈법에 따르면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다. GDP성장률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실업률은 사상 최저이며 주식시장은 강고하다. 더욱이 우리는 몇몇 부문에서는 아주 풍족하다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저가에 고급TV를 구매할 수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프렌즈>를 스트리밍 시청할 수 있다. LA Times의 스티븐 핑커와의 인터뷰는 이러한 시각을 잘 요약한다. “수명은 길어졌고, 질병들은 정복되고 있으며 지구적 빈곤은 상당히 줄었고, 여자 아이들을 포함한 더 많은 아이들이 학교 교육을 받고, 범죄율이 떨어지고 전쟁으로 인한 사망도 줄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어떤 역행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는 십 년 전에 그러했던 것보다 훨씬 잘 돌아가고 있다.”(https://www.latimes.com/opinion/op-ed/la-ol-patt-morrison-pinker-human-progress-20180321-htmlstory.html) 일견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더 깊숙이 들어가면 같은 셈법으로는 인지되지 않는 전혀 다른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미국인들은 현재 미국 역사상 가장 심각한 중독 문제에 처해 있다. 매년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약물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https://www.cnbc.com/2019/01/15/americans-more-likely-to-die-from-opioid-overdose-than-car-accident.html) 베트남전에서 사망한 군인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매년 약물 과용으로 사망한다. 하지만 헤로인이나 펜타닐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Rising을 진행하면서 추적해온 결과,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평균 수명이 감소해왔다. 언제나 진보의 국가로서 자부심을 가졌었고 이전 세대보다 다음 세대가 더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유지해왔던 나라로서 이것은 엄청나고 전례 없는 퇴행이 아닐 수 없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치명적인 만큼의 술을 마시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청년층 안에서 알코올 관련한 죽음이 157%가 늘었다. 자살률도 치솟았다. 중서부와 북동부, 특히 애팔래치아의 탈산업화된 지역에서 이 수치는 더욱 절망적이다.
 
이 우울한 통계는 우리 사회 중심부의 깊숙한 부패를 드러낸다. 우리는 그동안 그저 더 많은 사람들을 일터로 보내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신용카드를 더 발급해서 유복한 미국 중산층의 상징들을 더 많이 구입한다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약속받아 왔다. 중국산 저렴한 물건들은 우리를 더 풍요롭게 해줄 줄 알았다. 광고들을 보면 행복은 물건을 더 많이 사야만 충족되는 것인데 그 행복을 찾기 위해 더 많은 빚을 져야 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결국 정책입안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역 사회 사업들을 유지하여 지역 공동체의 자족 경제가 돌아가게 하는 것보다, 상품들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우리 동네들을 월마트화 하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도 우리는 아마존이 교외지역을 황폐화하는 것을 앉아서 보고만 있는 중이다.
 
동시에, 번영하는 사회의 지표라고 교육받았던 GDP와 주식시장의 상승곡선을 위해 소위 자유무역협정이 통과되었다. 우리의 산업 핵심부를 고갈시켜버린 바로 그 기업체들이 설계한 협정 말이다.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도시들은 썩어가는 껍데기만 남은 채 버려졌다. 하나의 수입원만으로 풍족하게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던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를 봐왔던 사람들은 이제 월마트나 웬디스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거나 불안정한 일용직 등으로 생존 투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경제적 곤궁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의미의 상실, 자아개념과 자존감의 상실이다. 우리의 문화가 남자들에게 평생 주입하는 것이 바로 부양 능력이 남성성의 척도라는 것인데 그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이러니 수많은 남자들이 우울증과 중독에 빠지고 분노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일 테다.
 
여자들은 저임금 일자리로 생계를 겨우겨우 이어가면서 아이들 양육을 혼자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 복지 부문이 성장하면서 여성들을 남성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이 고용하고 있지만 여기서의 노동은 저임금인 경우가 많고 심적, 신체적 격무를 요구한다. 오늘날 수많은 여자들은 다른 이들의 아이들이나 고령의 부모들을 돌보는 일을 하면서, 동시에 그들 자신의 부양가족을 먹여 살리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우리의 지도자들과 언론미디어들은 이러한 것들을 전혀 모르는 눈치다. 어떤 언론을 보든 혹은 국회의사당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든 당신 눈에 보이는 것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서로 싸우는 모습이 전부일 것이다. 케이블 뉴스에서 싸우고, 하원에서 싸우고, 트위터에서 싸운다. 어째서 우리 둘은 그토록 상이한 출신 배경과 신념, 정치적 정체성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은 것일까? 우리 중 하나가 쪼다라서 의견을 접거나 하는 건 결코 아니다. 서로에게, 혹은 게스트에게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즉석에서 반대의견을 확실히 표한다. 우리는 모두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서로 예의를 갖추고 적당히 넘어가는 것을 선호하는 점잖은 정치에 대해 강한 혐오를 갖고 있다. 그러한 얄팍한 점잖음은 재앙을 몰고 오는 현 상황의 유지의 수단으로 기능할 뿐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우리가 근본적으로 가치를 부여하는 것, 관심을 갖는 것들 안에서 꽤 많은 공통점들이 분명히 있다.
 
진실은, 그날그날의 사건들의 표피에만 실존적 중요성을 두는 대부분의 미디어와 달리, 우리는 그날그날의 사건들을 지난 수십 년간의 초당파적 실패들, 체계의 붕괴, 노동계급에 대한 배신에 닿기 위한 경로로 쓰고자 한다. 우리는 오늘날의 부패하고 부도덕한 체계를 만드는 데 가담한 자들을 주저하지 않고 호명하려 한다. 무엇보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동의하는 바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NBC Wall Street Journal이 진행한 20198월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70%의 미국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정치 시스템이 월스트리트나 워싱턴에 있는 사람들과 같은 권력자들, 부자들만을 위해 돌아가는 것 같기 때문에.”(https://www.nbcnews.com/politics/meet-the-press/deep-boiling-anger-nbc-wsj-poll-finds-pessimistic-america-de-spite-n1045916) 분노보다 더한 감정을 느끼는 동료 시민들도 많이 있다. “혼돈을 원하는유권자들의 숫자를 알아보는 한 연구에서 정치연구자들은 40%의 미국인이 다음과 같은 감정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 사회 기관들에 관한 한, ‘그저 모두 불태우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https://www.nytimes.com/2019/09/04/opinion/trump-voters-chaos.html) 또한 비슷한 수의 사람들은 지금 사회 기관, 제도는 고쳐 쓸 수가 없으니 차라리 모두 해체하고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정치, 사회 기관들에 관한 한, 절반에 가까운 미국인들은 모든 걸 불태우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경제는 Richard Florida신창조 계급이라 일컬은 자들에 맞추어져 왔다. 이들은 행운을 타고난, 대부분 대학 졸업자이며 전체 저임금 서비스 노동직 종사자들에 의해 떠받들어지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대도시 출신이거나 소도시들에서 개천에서 난 용과 같은 취급을 받고 대학으로 보내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특권과 특정한 유형의 지능을 가지고 엘리트 세계에의 접근권과 그 상징을 전유하는, 피트 부티지지로 대표되는 자들이다.
 
언론들은 피트 시장이 그와 같은 세대의 유권자들에게 전혀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에 당혹스러워 하며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당연한 일이다. 그는 사회에 의해 -효율성의 이름으로-노동계급을 말살하는 병기로 훈련되는 엘리트 영재의 상징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맥킨지&컴퍼니에서의 업무를 다만 스프레드시트를 검토하는 일로만 여기는 그런 유형의 인간을 표상한다. 그 안의 숫자들이 표상하는 실제 인간들의 삶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는 사람.
 
우리나라는 그동안 인간의 의미, 가치 및 공동체에 대한 요구들을 잊은 채 경제 성장의 셈법만 좇아 왔다. 번영한 수퍼 대도시들은 극히 적고 나머지 소도시들은 대부분 불모지가 되어버린 나라는 결코 성공한 나라라고 할 수 없다. 나라를 망쳐버린 거대 양당의 실패를 직접 호명하며 변화를 위해 싸우고자 하는, 아니면 최소한 잘난 체하는 엘리트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는 반-기득권 정치인에게 점점 더 많은 유권자들이 매료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여기서 이야기한 몇몇 문제들은 미국에 한하지만, 지구를 둘러보면 어디를 보든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왔던 세계 질서가 붕괴하고 있다는 것은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아이티, 이라크, 레바논, 홍콩, 프랑스, 영국, 칠레, 브라질을 보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없는 곳은 찾기 힘들 것이다. 시위들은 종종 인종이나 종교를 넘어선 연대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물론, 각 국가들은 그만의 사회정치적 역학의 맥락이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바로 노동계급이 허덕이는 동안 모든 자원을 상층 계급으로 빨아들이는 부패한 정부와 사회에 대한 반발이 그것이다. 레바논에서는 정부가 버스 요금을 급격히 올리고 Whatsapp에 과세를 하면서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오게 되었다. 칠레의 시위자들은 다음과 같이 쓰인 푯말을 들어 그들의 목표를 확실히 천명했다. “신자유주의는 칠레에서 태어났고 칠레에서 죽을 것이다.”
 
이 챕터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절망으로 몰아간 핵심부의 부패를 이야기한다.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적 가치를 지키기보다 중국에 농구화를 파는 데에 집중하기로 한 NBA가 되었건, 내부의 부패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부패를 지적하는 데 한계가 있는 민주당이 되었건, 현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계속해서 이득을 취하고자 어떤 공작이라도 벌이는 사람들이 되었건 말이다. 2020년에 대한 논의는 유권자들과 정치인들이 이러한 핵심부의 부패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될 것이다. 그들은 다시 한 번, 언젠가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노동계급을 중심에 놓는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선택을 할 것인가? 혹은 엘리트 권력자들이 몇 년 더 버티게끔 놔둘 것인가? 한 가지는 확실하다. 구질서는 붕괴할 것이다. 우리 눈앞에서 붕괴하고 있다.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기까지 얼마나 걸리겠는가라는 질문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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