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3. 서술방법
송두율 사건을 다룬 <경계도시2>, 용산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 그리고 세월호참사의 현장에서 정부의 직무유기를 보여준 <다이빙벨>을 차례로 분석하면 한국 사회의 상부구조가 단계적으로 무너지고 토대의 모순이 증폭되는 것이 가시화되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라는 것이 본고의 개별 작품 분석의 가설이다. 즉 본 논문의 서술 순서는 비판적 다큐멘터리와 사회 변동의 관계를 보여줄 것이라는 말이다. 알튀세르의 관점에 의거하여 한국의 자본주의 사회구성체가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Idealogical State Apparatus, ISA), 억압적 국가 장치(Repressive State Apparatus, RSA)와 하부구조인 토대로 구성되어 있다는 전제 아래, 체제들이 누적됨에 따라 강화되었던 헤게모니에 균열을 가한 굵직한 사건들을 텍스트들이 어떻게 재현하는가가 본론의 주 내용이 되겠다. <경계도시2>에서 목도되는 이데올로기적 상부구조의 균열①, <두 개의 문>에서 나타나는, 이데올로기의 균열에 따른 억압적 국가장치의 폭력과 헤게모니의 균열②, <다이빙벨>에서 암시되는 토대의 균열③의 과정을 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균열①: 한국에서 반공 이데올로기는 이데올로기적 상부구조의 중추를 이룬다. 송두율 사건과 국가보안법 논쟁은 해방세대에서 지금의 촛불세대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아비투스의 실체를 드러냈다.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찬반논쟁과 반공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투쟁 안에서도 암약하던 레드콤플렉스가 그것이다.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서 민주화의 과정에 있어서 맹점에 위치해 있던 레드콤플렉스를 직시한다는 것은 한국 정치경제의 상부구조의 일부분에 균열을 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데올로기가 발생시킨 효과로서 레드콤플렉스가 이데올로기를 더욱 강고하게 만드는 되먹임 고리가 노출된 것이다.
균열②: 한국은 6월민주항쟁을 거치면서 군부독재에 의한 억압적 착취 구조는 더 이상 유지되기가 어렵게 되었으며 세계화의 압력이 더해 자본시장의 개방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개방화 조치와 재벌 권력이 만나 ‘최악의 결합’이 이루어졌고 초국적 자본의 유입과 더불어 신자유주의적 수탈 구조로의 전환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10년 뒤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와 보수정권으로의 교체를 통한 신자유주의 경찰국가의 출범은 폭력수탈의 전면화를 특징으로 한다. 2008년 촛불시위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깨졌음을 알리는 징후이며 이에 이명박 정부는 공권력을 동반한 폭력으로 대응했다. 전까지는 심층에서 은폐된 채 이루어지던 신자유주의적 수탈이 국가폭력에 의해 표층으로 가시화된 사건이 용산참사다. ISA의 균열에 따른 RSA의 폭력의 전면화와 헤게모니의 균열이 복잡하게 얽히는 구조가 다름 아닌 용산참사로 표현된 것이다.
균열③: 신자유주의의 모순이 극대화되어 토대가 내부로부터 붕괴되기에 이르고 통치의 합리성은 완전히 해체되어 국가는 사익집단과 다름 없게 된 것이 박근혜 정부 때의 일이다. 이데올로기적 장치는 가장 기초적인 기능조차 작동을 멈추고 안전장치는 기득권의 안전만을 위해 돌아가는 와중에 세월호참사가 발생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세월호참사를 TV뉴스를 통해 처음 접했고 대통령은 행방이 묘연했으며 재난 컨트롤타워로서 정부는 전혀 기능하지 못했다. <다이빙벨>에서 이종인 알파팀 대표가 다이빙벨이 들어가면 지금껏 정부에서 한 일이 “공갈”이라는 게 드러나기 때문에 해경에서 투입을 막았다고 말한 것은 결코 근거 없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세월호 청문회와 최순실 청문회를 통해 드러났다.
이상 <경계도시2>와 <두 개의 문>과 <다이빙벨>의 사건의 역사적 맥락을 거칠게 요약했다. 본 논문은 단지 텍스트가 콘텍스트를 충실히 반영하고 보여줬는지의 여부에만 초점을 두지는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텍스트가 관객으로 하여금 콘텍스트의 다층적 층위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느냐이다. 이것을 중심으로 세 편의 다큐멘터리를 논의함과 동시에 사건과 맥락, 텍스트와 콘텍스트, 행위와 구조의 변증법을 이루는 서술로써 예술과 사회 변동의 복잡한 상호작용 관계를 밝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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